오른쪽이 아프다.
오른쪽 눈이 뻥 뚫려 있는 것 같다. 왼쪽 눈을 가려야 제대로 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오른쪽 눈만을 깜빡일 수 있다는 것은 결국엔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을 거라는 복선일지도 모르겠다.
내 몸에 쥐바라숭꽃이 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지.
사실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엄마가 나를 굳이 오른손잡이로 만들 필요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의사선생님은 어깨가 아프지 않으려면 오른팔을 되도록 쓰지 않거나 피곤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있어야 피곤하지 않게 있는건지 알면서도 모르겠다. 오른팔을 안 쓰는 일은 알아도 할 수가 없고.
고개를 숙이고 자면 혀를 깨문다. 깨문다기보다 꽉 물고 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나는 언제나 무쓸모한 말만을 하니까. 나는 자존심이 센 사람이니까 내 혀도 자존심이 셀지도 모르고 쓸모 있는 말을 더 많이 하고 싶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언제든 내게서 도망가버릴 것 같아서 혀가 쏟아질 것 같아서, 꽉 물고 있나보다.
그래도 해야할 말은 있는데,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막상 꺼내면 입 안에서 손수건을 끊임없이 꺼내는 마술사처럼, 그렇게 될지도 모르고 그건 목을 막 칭칭 감는 무언가가 되고 그것을 결국에 쓸모가 있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언젠가는 사람은 누구나 이끼로 덮인 늪을 가지고 있고, 네 늪은 아름답다고. 아름다워서 속이 빈 통나무 등걸을 베고 누워있고 싶다고. 그러다가 가라앉아버리고 싶다고. 그런데 차마 내까짓게 그럴 수는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