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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22. 12:25
텅 빈 방문을 열었는데 복숭아 냄새가 가득하다
나는 이 형체 없는 커다란 복숭아를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랑해 왔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는
입 안에 넣었을 때 부드럽고 달콤한 것
칼을 대면 팔뚝을 따라 과즙이 흐르는,

껍질을 깎다가 팔 안쪽에 입술을 가져가며 네가 웃으면
나는 왜 기계가 아닌지 생각하고
기계가 되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나는 기계가 아닌, 빈 방 안에서 째깍이는 사람
어딘가로 나를 흘리며 끝없이 기울어지는 사람
Posted by 다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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