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숲

2014. 11. 22. 23:20
아주 오래 걷는 길이었다 숲으로 가는 길이었다 숲이란 단어가 어째서 그렇게나 아름다운지 알고 싶어 걸었다 지름길로 가는 지름길을 찾아 걸어도 숲은 나오지 않고 멀리서 희미하게 나무 냄새가 났다 그건 연필을 깎아도 난다 그런 냄새다 아니다 이건 흑연이 섞이지 않은 나무만의 냄새다 나는 거의 도달했구나

커다란 나무가 나만큼 보이는 거리에 있는데 갑자기 눈이 내린다 너무도 갑자기 그렇게 눈송이가 쏟아지는 것은 놀랍다

스노우볼 속에 있는 같다 발을 콩콩 구르면 다시 위로 올라가 춤추듯 내려올 눈송이들처럼 숲이 하얗게 변한다 새하얀 곳을 걷는다
나무 둥치에 눈을 맞추며 내가 걸어오는 동안에 이미 알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눈이 내리기 전에 스노우볼이라는 단어를 발음하고 싶었다 발목에 먼저 눈이 닿아야 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다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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