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0. 01:31
연기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는 절벽이라고 했다 절벽도 어딘가에서는 한 컵의 연기일 것이다

연기는 모락모락 피어나서 곧 사라지고 나도 연기를 따라 사라지고 싶고 그것도 아주 잘 사라지고 싶다 마술처럼 한순간에 사라지는 건 잘 사라지는 게 아닌 것 같다 누군가는 내가 마술사의 커다란 소매 속에서 잠들어 있는 걸 눈치챌 것 같다

잘 사라지는 건 잘게 사라지는 것도 잘 살아지는 것도 아니라서 뽀얀 연기 속에서 숨 쉬기가 조금 어렵다 매캐하거나 습도가 조금 높은 것
그것을 유지하는 게 비결인 것 같다 어렴풋이 깨닫는 순간에 날이 밝는다

창문에 일렬로 놓인 컵에서 실로폰 소리가 들리고

다음에는 가장 깨끗한 눈동자를 가지고 나타나야겠다
Posted by 다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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