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해변

하고 싶은 일과 잘 하려고 할수록 망쳐버리게 되는 일과 내가 하는 일을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이, 내가 모든 것을 망쳐버리는 그런 일이라면 어쩌지 딱딱하게 굳은 내가 딱딱하게 굳은 나와 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힌다
내가 하는 일을 하면 불안하고 편안해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은 섞으면 미지근해지는데 가끔 따뜻해지기도 하는데. 불안과 편안은 섞이지 않고.
이건 한 손에 다섯 개의 오렌지를 쥐어야 하는 그런 일은 아니지만, 데굴데굴 굴러가는 오렌지를 바라보는 그런 일도 아니지만, 하지만 오렌지와 얼음과 진주에 관한 일이다.

많은 아름다운 것은 쓸모가 없구나 그럼 나는 네게 가장 아름답기 위해 가장 쓸모 없는 사람이 될까 귀가 깨끗한 사람 깨끗한 귀로 더 잘 들을 수는 없지만 먼지 한 톨 없는 귓바퀴로

나의 외로움과
나의 실패가
동그랗고 따뜻하게 몸을 말고 있다

아니, 동그랗게 등을 구부리고 있는 것은 나야

동그랗고
따뜻하고
하얗고
빛이 나고
조금 재채기가 나는

외로움과 실패와 슬픔과 불안을 돌돌 감아
다시 제 자리로 돌려 놓고
그 안에서 등을 둥글게 말아 옆으로 눕는다